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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은 아즈샤라 섭의 엘윈숲에 살았다. 곧장 동부 벌목지에 닿으면 냇가 앞에 오래 된 떡갈나무가 서 있고, 떡갈나무를 향하여 집의 문이 나있는데, 단칸 초가집은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허생은 저랩 헬퍼만 좋아하고, 그의 친구가 앵벌을 하여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친구가 골드가 몹시 딸려서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인맥을 쌓지 않으니 저랩헬퍼를 하여 무엇합니까?"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좋은 이를 사귀지 못하였소."


"그럼 경매장 죽돌이라도 못 하시나요?"


"경매질은 본래 배우지 않은걸 어떻게 하겠소?"


"파티짜서 인던이라도 못 도시나요?"


"파티가 잘 안모이니 어떻게 하겠소?"


친구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저랩헬퍼를 돌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만 입에 붙었단 말씀이오? 경매질도 못한다, 인던도 못돈다 하시면, 여명 가서 앵벌이라도 못 하시나요?"


허생은 저랩을 모집하던 공개창을 닫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저랩헬퍼로 저랩 일백 명을 육성시키려 했는데, 이제 칠십 명인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허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스톰윈드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얼라이언스에서 제일 부자요?"


아이언포지의 변씨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이 곧 변씨의 집을 찾아갔다. 허생은 변씨를 대하여 길게 /절 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보려고 하니, 십만 골드를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변 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십만 골드를 내주었다.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변씨의 길드원이 허생을 살펴보니 거지였다. 아이템은 녹템조차 몇개 없었으며, 흰템의 내구도가 다하여 벌개져 있고, 무기는 캐릭을 처음 만들때 내주는 지팡이였다.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길드] [길원 A]: 저이를 아시나요?


[길드] [변씨]: 모르지.


[길드] [길원 B]: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십만 골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친추도 안하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변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길 드] [변씨]: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장사를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행동에 /춤 과 /간청 을 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감정표현이 없으며, 당당한 기색으로 보아, 재물이 없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겟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십만 골드를 주는 바에 친추는 해서 무엇을 하겠느냐?


허생은 십만 골드를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아이언포지 경매장으로 갔다. 아이언포지 경매장은 레게, 명게, 라이트유저가 마주치는 곳이요, 모든 자원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아케나이트 주괴, 토륨 주괴, 두꺼운 가죽에 꿈풀이며, 미스릴 주괴에 질긴 가죽, 얼음송이까지 모조리 즉시구매로 사들였다. 허생이 가죽과 주괴와 약초를 모조리 쓸었기 때문에 곧 온 얼라가 제작템을 만들거나 퀘를 하지 못할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허생에게 즉시구매로 물건을 팔았던 사람들이 도리어 즉구의 열배의 값으로 물건을 사가게 되었다. 허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십만 골로 얼라의 고급자원을 좌우했으니, 얼라의 형편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경매장에서 산 파템, 녹템, 에픽 따위를 가지고 역병지대에 가서, 사람들을 모아 공대로 평판작업을 하면서 말했다.


"몇일 지나면 레게들이 평판질을 못해 낙스를 가기 힘들 것이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가서 과연 레게들이 낙스를 가지 못해 허생의 공대에 가서 사람을 사오게 되었다.


허생은 파티찾기 채널을 열어 말을 물었다.


[4. 파티찾기] [허생]: 혹시 사람은 많으나 호드가 지나치게 적은 저주섭이 있는가?"


[4. 파티찾기] [행인 C]: 있습니다. 언젠가 부캐를 키우려고 서버를 찾다가 실바나스라는 섭에 닿았읍지요. 얼라는 필드에 바글거리나 호드는 과하게 적어 인던가기가 어려우며, 저랩얼라가 만랩호드를 보고도 쫄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4. 파티찾기] [허생]: ㄳ


이라고 말하며 행인 C에게 우편으로 1백골을 보내었다.


허생이 서버를 이동해 호드캐릭을 생성하고 인구조사를 해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얼라호드 합쳐 천을 겨우 넘으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앵벌터가 비엇고 저랩이 적으니 사냥은 편하겠구나."


지나가던 만랩이 그를 보고 물었다.


"텅 빈 서버에 사냥할 저랩이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사냥을 하신단 말이오?"


"골드가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네. 골드가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아즈샤라에는 파티자리가 없는 실업자 도닥이 아포 앞마당에서 모단호수까지 일렬로 줄을 서고도 남았다. 각 공대에서 최대한 자리를 내어 도닥을 받아들였으나 좀처럼 줄지가 않았고, 도닥들은 서로에게 치여 앵벌도 못하니 돈도 없어 곤란한 판이었다. 허생이 도닥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서 도닥의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도닥 백명중 한명이 인던을 가면 얼마나 벌어오지요?"


"한 5골쯤 벌어오지요."


"길드는 있소?"


"없소."


"인맥은 있소?"


도닥들이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길드가 있고 인맥이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실업자가 된다는 말이오?"


" 정말 그렇다면, 왜 길드를 얻고, 인맥을 만들고, 파티를 짜서 인던을 돌려고 하지 않는가? 그럼 실업자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템 얻는 낙이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파티를 놓칠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의 요족(饒足)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팟원이 도닥말고는 남지가 않아서 못할 뿐이지요."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실업자질을 하면서 어찌 사람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하여 준비할수 있소. 나에게 거래를 걸어 보시오. 내가 내놓는것이 모두 나의 것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도닥들은 그를 병설리라고 비웃으며 거래를 걸었다.



도닥들이 거래창을 열어보니 과연 허생이 매 교환마다 500골드 씩을 뿌리고 아이템을 주는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허생 앞에 줄지어 /절 했다.


"오직 장군의 명령을 따르겟소이다."


"너희들, 인벤이 남는 대로 이 템을 가져가거라."


이에, 실업도닥들이 다투어 아이템을 인벤에 우겨넣었으나, 붕대와 독약이 가득찬 가방때문에 한 도닥이 템을 10개 이상을 지지 못했다.


" 너희들, 인벤 한껏 열개도 못 지면서 무슨 앵벌이를 하고, 무슨 파티를 하겟느냐? 인제 너희들이 부캐를 키우려고 해도, 인맥이 없으니 사람없는 저랩존에서 버스를 탈수도 없을것이니 할 것이 없다. 내가 실바나스섭 듀로타에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너희들 각자 직업을 적당한 비율로 정하여 오너라."


허생의 말에 도닥들은 모두 좋다고 접종을 하였다.

허생은 몸소 게임 거래사이트에 글을 올려 아즈샤라와 실바나스의 금을 2:1 비율로 바꿔 실바나스 골드 팔천 골드를 모아 기다렸다. 도닥들이 빠짐없이 모두 듀로타에 모였다. 허생이 실업자를 모두 쓸어가서 아즈샤라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파티를 맺어 랩업을 하고, 인던을 돌아 아이템을 맞추었다. 저랩호드가 적기때문에 몹이 넘쳐나서, 한번 몰아잡고 젠을 기다리지 않아도 한 자리에 몹이 마르는 일이 없었다. 그들이 앵벌한 아이템들을 가젯잔을 통해 얼라에게 내다 팔자, 오천 골드를 넘게 벌었다.

실바나스가 축섭이 되어간다는 소문이 퍼지자 각 섭에서 사람이 몰려들어 대기자가 없는날이 없을 정도였다.


허생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이에 그가 데려온 이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서버에 들어올 때엔 먼저 랩업을 시키고 따로 길드를 만들고, 레이드팀을 몇개 창설하려고 하였더니라. 그런데 사람이 적고 덕이 없으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부캐를 키우걸랑 아는사람 요청하여 어중이 떠중이 모아 버스를 타지 말고 파티를 모아 돌아 개념없는 만랩이 생기지 않도록 하여라."


허생은 실바나스 캐릭을 캐삭하고, 돈을 캐릭과 함께 없애버렸다.


허생은 아즈샤라로 돌아가 두루 돌아다니며 돈이 없어 쩔쩔매는 저랩들에게 백골마를, 만랩들에게는 천골마를 사주었다. 그러고도 골드가 이십만 골드가 남았다.


"이건 변씨에게 갚을 것이다."


허생이 가서 변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변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장비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십만 골드를 실패 보지 않았소?"


허생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장비가 나아지는 것은 당신들 일이오. 십만 골드가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하겟소?"


하고, 거래창을 열어 이만 골드를 변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충동을 견디지 못하고 저랩헬퍼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십만 골드를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변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허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허생 님의 외침: 당신은 나를 경매장 죽돌이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변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허생이 엘윈 숲으로 가서 조그만 초가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NPC가 냇가에서 서성이는것을 보고 변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초가가 허생의 집이오?"


하지만 NPC는 듣도보도 못한 퀘스트만 줄뿐 대답을 하지 않아, 변씨가 이 일이 쓸모 없음을 알고 집만을 알아두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변씨는 받은 돈을 모두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허생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당신에게 이십만 골드를 모두 주었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수리비나 떨어지지 않고 옷이나 입도록 하여 주오. 와우를 그리하면 족하지요. 왜 골드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변 씨가 허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변씨는 그 때부터 허생의 집에 수리비나 빵값이 떨어질 때쯤 되면 몸소 찾아가 도와 주었다. 허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찌하오?"


하였고, 혹 폭죽이라도 들고 찾아가면 아주 반가워하며 폭죽을 터뜨리며 서로 즐겁게 놀았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변씨가 몇달 동안에 어떻게 이만 골이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허생이 대답하기를,


"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와우라는 게임은 거래가 다른 서버까지 통하지 않고, 물자가 한 서버에서 나서 한 서버에서 사라지지요. 무릇, 일만 골드는 적은 돈이라 아이템 하나를 독점 할수 없고, 그것을 열로 쪼개면 일천 골드가 열이라, 열가지 물건을 사서 재미를 볼 수 있으니, 이것은 보통 이(利)를 취하는 방법으로 조그만 죽돌이들이 하는 짓 아니오? 대개 십만 골드를 가지면 족히 몇가지 물종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옷감이면 옷감 전부, 주괴면 주괴 전부, 가죽이면 한 가죽을 전부, 마치 총총한 그물로 훑어 내듯 할 수 있지요. 뭍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슬그머니 독점하고, 물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고, 연금술사의 수백 가지 약초 중에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면, 한가지 물종이 한곳에 묶여 있는 동안 모든 장사치들이 고갈 될 것이매, 이는 돈없는 유저를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당국자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서버를 병들게 만들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십만 골드를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허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일만 골드를 지닌 사람치고는 누구나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오만 골드를 모을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운명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일만 골드를 빌린 다음에는 그의 복력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떤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겟지요."


변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냇다.


"방금 거대길드들이 호드들에게 당했던 치욕을 씻어 보고자 하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유저가 키보드를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유저가 한둘이었겠소?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 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번 돈이 족히 호드잡이 공대로 가시덤불을 가득 채울수 있을 만하였으되 다른 서버에 던져버리고 돌아온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변씨는 /한숨 하고는 돌아갔다.


변씨는 본래 서버 최대 길드의 길드장과 잘 아는 사이였다. 그 길드장이 당시 호드를 칠 계획을 세워서 변씨에게 주변에 쓸 만한 유저가 없는가를 물었다. 변씨가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길드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레벨이 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제가 그님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그분의 레벨도 모르옵니다."


"그이는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다음 접속에 길드장은 길원들도 다 물리치고 변씨만 데리고 걸어서 허생을 찾아갔다. 변씨는 문앞에 서서는, 길드장을 머추게 한 후 허생에게 귓말을 하여 길드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허생은 못 들은 체 하고,


"당신 들고 온 폭죽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 다. 그리하여 즐겁게 폭죽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변씨는 길드장을 밖에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한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길드장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길드장이 방에 들어와도 허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길드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자신의 길드에서 어진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허생은 차단을 하겟다며 막았다.


"접속시간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길드에서 어느 직위에 있는가?"


"길드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한 길드의 최고라고 할만하군. 내가 용개와 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길드원에게 잘 설명하여서 길가입을 넣고 길장 자리를 넘겨줄수 있겠느냐?"


길드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허생은 외면하다가, 이 대장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서버이전해온 저랩들이 아는사람이 없어 버스도 못돌고 여기저기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길드에 청하여 만랩들을 내어 모두 그들에게 버스를 돌게 하고, 길드에 자리를 내어 그들을 초대할수 있겠느냐?"


길드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 무릇, 서버에 대의(大義)를 외치려면 먼저 천하의 호걸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를 치려면 먼저 첩자를 보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다른 서버에 우리 길드들이 캐릭을 잠시 내버려두고 부캐를 키우게 장려할 것과, 그들과 친교를 맺는 것을 행한다면, 그들도 반드시 기뻐할 것이다. 길드중의 고랩들을 가려 뽑아 캐릭을 잠시 접고 다른 서버에 캐릭을 키우게 하면서, 그 서버의 사람들을 회유해 이 서버로 옮기게 하고, 당신의 길드에 들게 하여 조직을 잘 이끈다면, 한번 천하를 뒤집고 국치(國恥)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길드장은 힘없이 말했다.


"길드원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캐릭 아이템을 맞추기에 바쁜데, 누가 캐릭을 잠시 접어 두고 다른 서버에 부캐를 키우려 하겠습니까?"


허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 소위 레게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호드 천지에 캐릭을 만들어 자칭 고수라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의복은 보라템만 가려 입으니 그것이야말로 게이들이나 좋아하는 색이고, 수십명이 모여 하나를 치는 일은 치졸한 약자들이나 하는 짓인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고수라 한단 말인가? 이제 얼라를 위해 가덤을 정복하겟다 하면서, 그까짓 보라템 하나를 아끼고, 또 장차 넓은 땅에서 호드와 싸워야 할 판에 전사한테 힐이나 주면서 몹 다굴이나 치고 있으니, 그것이 당신들이 말하는 전쟁 준비인가?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서버를 대표하는 길드의 장이라 하겠는가? 그 대단한 길드라는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같은 자는 칼로 목을 잘라야 할 것이다."


하면서 Z키를 눌러 칼을 꺼내 목을 치려고 하였다. 길드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초가집이 텅 비어 있고,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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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0) 201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