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용 블로그

…이에 정부는 테러 경계 단계를 격상하겠… 내가 왜 깼더라. 이세하가 눈을 뜨자마자 한 생각이었다. …왜 본인이 내지 않고, OOO가 냈느냐… 오늘은 늦잠을 자려고 했을텐데. 답은 금새 나왔다. TV에서 아침 뉴스가 작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드라마를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든 모양이다. 등 쪽에 커다란 쿠션을 벤 이슬비가 앉은 채 잠을 자고 있다. 그럼 그렇지. 그녀는 밤샘에 익숙치 않았다. 아무리 일이 밀려도 새벽이 되기 전에는 잠을 청하는 그녀였다. 그런 주제에 모처럼의 휴가라며 연속방영하는 드라마에 달려들다니. 이세하는 리모컨을 들어 TV를 끄며 한숨을 푹 쉬었다.

 

좀 늦잠을 자게 두어야할까? 이세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장식장에 얌전히 들어가있는 게임기의 모습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평소엔 게임 그만하고 빨리 좀 자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해대면서, 이게 뭐람. 평소에 굳게 내리눌러놓던 장난기가 고개를 들었다. 이세하는 손가락을 들어 이슬비의 뺨을 슬쩍 찔렀다.

 

“야, 이슬비.”

 

꾸욱, 꾸우욱. 귀찮다는 듯 그녀가 고개를 돌려버린다. 귀 뒤로 대충 넘겨놓은 머리가 사락, 하고 흘러내렸다. 매끄러운 머리칼을 손가락에 슬슬 감아본다. 이대로 당기면 많이 놀라겠지. 이세하는 선을 넘으려 드는 장난기를 잠재운다. 다음은 어쩐다. 잠시 고민하던 이세하는 그녀의 귓가로 얼굴을 기울였다.

 

“공주님, 아침이에요.”

 

그녀의 얼굴이 찌푸러든다. 그러나 반응은 그것 뿐. 재미없어. 동그란 귓불이 제법 탐스럽다. 귓가에 도드라진 땀방울. 방이 조금 더웠던 것일까. 이세하는 오늘부터는 에어컨을 켜야겟다고 생각했다. 짠 맛. 귓바퀴라도 한 번 깨물어볼까, 생각하던 찰나 기다렸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늦었으면 어땠으려나, 하는 것이 이세하의 바람이었지만 삶이란 그렇게 좋게만은 흘러가지 않는 법이다.

 

“…그만. 일어났어.”
“어어….”
“…뭐가 어어…, 야…? 아침부터 낯뜨겁게…!”

 

잘못했습니다. 이세하는 잽싸게 용서를 빌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 효과는 없었다. 아침을 먹기 전까지 그는 한동안 굽신거리며 죽어있어야만 했다. 아침부터 듣는 잔소리는 꽤나 신선했다. 앞으로 몇 번정도는 더 시도해볼 가치가 있으리란 것이 그의 감상이었다.

 

'클로저스 > 조각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제 11  (0) 2017.05.25
무제 10  (0) 2017.05.25
무제 8  (0) 2017.05.24
무제 7  (0) 2017.05.24
무제 6  (0) 2017.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