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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자는거 맞아?”

 

이세하는 몇 번이고 반복했던 질문을 이슬비에게 건네었다. 불가항력이었다. 아이는 잠이 얕은 편이었다. 틀림없이 잠이 들었다고 생각해서 잠시 눈을 붙이려면 금새 깨어나 울곤 했다. 행여나 다시 깨버릴까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는 이슬비의 눈 아래에도 다크서클이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세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다.

 

“꼭 팬더같네.”
“…너도 똑같거든?”

 

아닌게아니라, 요 며칠 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것은 이세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아기가 갑작스레 열이 오르거나 울음을 우는 것이 흔한 일이라곤 하지만, 첫 아이를 키우는 그들에게는 매 순간이 물음표의 연속이었다. 이세하도, 이슬비도, 어린 아기를 돌볼 기회라곤 평생에 없었던 터였기에 그랬다. 아이가 곤히 잠든 것을 확인한 이세하는 마침내 소파위에 널브러졌다. 한동안 청소를 제대로 못 한 탓에 소파 구석에는 먼지가 약간 보였다.

 

“죽겠다.”

 

이슬비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는다. 잠깐 눈 좀 붙여.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며 이세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디 가, 하고 물으니 설거지를 하러 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내가 할테니, 누워서 좀 쉬어.”
“싫어.”

 

또, 또, 고집. 이세하의 눈가에 주름이 졌다. 이럴 때면 싸우기 쉽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억지로 쉬게 하기는 곤란하다. 잠시 고민하던 이세하는 양팔을 벌렸다.

 

“우리 슬비 안아본지 너무 오래됐어.”
“대충 넘기려 하지말고.”

 

말은 그렇게 해도 제법 순순히 다가온다. 그의 말마따나, 둘 만의 시간이 요즘 드물긴 했다. 체구가 작은 이슬비기에 그가 안으니 품에 폭 잠겼다. 턱을 간질이는 머리칼에 코를 묻으며 이세하는 그녀를 구슬릴 말을 생각했다. 그때까지의 타협. 둘은 앞으로 10분만, 우선은 이렇게 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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