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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양 팀은 지금까지 친목을 도모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팀원 간의 사이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큼직한 사건들을 함께 겪은 만큼, 이들의 관계는 다른 클로저 팀과 비교해도 매우 돈독하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저 일이 바빠 사적으로 만날 일이 없었을 뿐이다. 검은양 팀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상황에 그다지 불만이 없었다. 어찌됐건, 그들이 바쁘게 뛰어다닐수록 세상은 한결 평화로워지는 것이다. 전쟁을 직접 겪은 제이는 물론이거니와 나머지 팀원들도 그 전쟁의 직∙간접적 피해자들이었기에, 이들은 자신들이 조금 바쁘게 살아서 신도시의 시민들이 일상을 구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유니온의 상층부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일선의 의사와는 상관없는 요식행위를 좋아하는 것은 유니온 역시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그렇게 해서, 상위 부서로부터 김유정에게 ‘팀원들의 결속 재고 및 피로 회복, 그리고 강남 사태를 무사히 해결한 공로에 대한 포상 개념의 회식 자리’를 마련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그렇잖아도 여유가 생기고 나면 이러한 자리를 한 번쯤은 가지리라 생각했던 김유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바람이 명령의 형태가 되어서 돌아오자 그녀는 곤란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어쩔까요?”

 

재해복구본부의 임시 사무실 안에 김유정의 목소리가 울렸다. 머리가 아프다는 듯 양 손으로 관자놀이를 누르는 것이 상부의 제멋대로인 명령에 꽤나 골치가 아픈 듯 했다. 미성년자 팀원들이 아직 출근하지 않은 시간대였기에, 김유정은 제이와 함께 간단하게라도 계획을 짜놓을 생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애들을 데리고 술판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 아냐? 저녁엔 애들은 애들 나름대로 숙제라던가, 공부라던가 할 일이 꽤 있을 테고. 그렇게 시간이 여유롭지 않으니 여기서 뭐라도 시켜 먹는 게 나을 것 같은데.”

 

제이가 대답했다. 즉흥적이고 허술해 보이는 의견이었지만 정론이었다. 아무리 시간을 비워도 작전대기로 한, 두 명은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은 것이 대부분의 클로저 팀의 현실이었기에 다른 클로저들 역시도 이런 식으로 회식을 하곤 했었던 것이다. 음주가 낄 경우 누군가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도 있는 방식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미성년자가 대부분인 검은양 팀은 이 문제로 곤란할 일이 없었다. 이미 이 방법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김유정 역시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렇죠.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여기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면서 쉬게 하는 편이 좋겠어요. 메뉴, 는... 어떻게 할까요?”

 

이왕이면 아이들에게 평소에 먹기 힘든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은 것이 김유정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상부에서 내려온 지원금은, 굳이 상투적인 표현을 쓰자면 쥐꼬리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사비를 털자는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갑작스레 내려온 명령의 타이밍이 어찌나 적절했던지, 김유정의 지갑은 바닥을 드러내던 참이었다. 김유정이 보여준 문서에 적힌 지원금을 보자 제이의 표정이 구겨졌다.

 

“하, 여전하구만 진짜. 그 많은 운영비는 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겠군. 이러면 답은 하나밖에 없는 것 아냐?”

 

제이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이의 손가락을 따라가던 김유정의 시선은 그녀도 종종 이용하는지라 때마침 벽에 붙여놓았던 중국집의 전단지에 도달했다. 제이의 의견을 내심 기대하고 있던 참에 그 싼 티 나는 전단지를 보게 된 김유정의 얼굴은 참으로 볼만한 모양새가 되었다. 자신도 허탈했던지 연신 헛웃음을 짓던 제이는 김유정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흘러내린 선글라스를 만지며 변명조로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그 돈을 누구 코에 붙인다고 그래? 애들 데리고 어디 좋은데 가서 고기라도 구워먹으면 참 좋겠지. 현실이 그렇질 않으니 어쩔 수가 없는 거고.”
“그러게 말이죠. 모처럼 뭐라도 지원을 해주나 싶더니만...”

 

김유정이 표정을 풀며 한숨을 쉬었다. 예전부터 유니온의 탁상행정에 진절머리를 내던 그녀였건만, 관리요원으로 현장에 나와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상상 이상이었다. 상식을 벗어난 행정이 무엇 하나 바뀌는 것 없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습은 김유정을 반쯤 염세주의자로 만들곤 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아무리 불평을 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었고, 결국 김유정은 제이의 의견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오후에 출근한 나머지 팀원들이 급조한 회식 계획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 김유정의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이슬비와 이세하, 그리고 서유리는 같은 학교의 학생이었을 뿐 본래 서로를 모르는 사이였다. 그런 이들이 한 팀의 팀원이 되었다고 갑자기 의기투합하여 함께 다닐 리 만무했기에, 이들은 교내에서 서로를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이 셋이 이럴진대, 아예 나이대가 다른 미스틸테인은 오죽했을까.

 

그런 상황이었기에 이들은 김유정이 꺼낸 회식 이야기에 열렬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회식 장소가 고기집이 아니라 현장이라는 이야기에 서유리가 잠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 김유정이 마주했던 유일한 반대 입장이었다. 하지만 예산 문제가 등장하자 그녀 역시도 김유정에 설명에 납득했다. 금전 문제에 시달리는 삶을 살아온 것은 그녀 역시도 마찬가지였던 탓이다. 이전에 해당 중국집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던 김유정과 자신의 고기 애호 취향을 열렬히 피력한 서유리의 의견을 조합한 결과, 메뉴는 탕수육과 각자가 고른 개인 음식이라는 매우 정석적인 조합이 되었다. 회식 예정일을 이틀 뒤로 확정한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 김유정은 팀원들에게 그날의 당일 과업에 대해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

 

사람의 음식 취향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채식주의자와 같은 극단적인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호불호는 존재하는 법이니까. 그렇다곤 하더라도, 김유정은 중국 음식 같은 간단한 메뉴에서 이렇게 첨예한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이 음식을 놓고 벌어진 수많은 논쟁을 생각해보면 메뉴를 선택한 시점부터 여기에 대해 고민을 해두어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찰 임무가 늦어져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스틸테인과 제이를 제외한 나머지 검은양 팀원들은 모두 김유정의 컨테이너에 모여 있었다. 두 책상을 붙여서 만든 간이 식탁에 모여 앉은 검은양 팀원들은 저마다 짜장면이나 볶음밥 등을 앞에 놓은 채, 탕수육 접시와 소스 그릇을 마주보고 앉아 한창 입씨름을 벌이는 중이었다.

 

“탕수육에는 소스를 부어서 먹는 게 당연한 것 아냐?”

 

이세하가 말했다. 그 새를 못 참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얼핏 보면 탕수육에 별로 관심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수시로 식탁을 곁눈질하는 그의 시선은 그의 본심이 겉보기와는 정반대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바보야, 탕수육에 소스를 다 부어버리면 탕수육이 눅눅해지잖아! 그럼 보관하기가 얼마나 나쁜지 알아?”

 

서유리의 말이었다. 회식 시작 후 삼십 분을 버티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탕수육을 굳이 보관까지 이야기하면서 걱정하는 모습이 과연 평소 돈에 쪼들리는 그녀답다고 할만 했다. 회식에 늦은 두 팀원을 염려한 이슬비가 옆에서 서유리를 거들었다.

 

“제이 씨와 테인이가 돌아오는데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을 부담할 수는 없어, 이세하. 우리끼리 먼저 먹기 시작하더라도 최소한 그 둘에게도 선택권을 줘야만 해. 소스를 붓는 건 조금만 참아주면 안될까?”
“선택권? 탕수육은 당연히 소스를 부어서 먹는 음식이잖아. 탕수육은 기본적으로 소스와 함께 볶아서 내놓는 음식이지. 소스를 따로 주는 것은 배달음식의 한계로 발생한 고육지책일 뿐, 고기에 잘 스며든 소스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당연히 지금 소스를 부어야지.”

 

평소 집에서 요리를 포함한 가사를 책임지고 있는 이세하다운 이야기였다. 자신의 이야기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두 팀원의 모습에 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대충 집어넣고는 계속해서 주장을 피력했다.

 

“탕수육을 소스에 대충 찍어먹겠단 건 요리의 요자도 모르는 문외한들의 생각 아냐? 테인이도 통신으로 연락했잖아? 금방 올 거라고. 제대로 만든 탕수육이라면 10분 정도의 시간으로는 눅눅해지지 않아.”

 

말을 마친 이세하가 이야기는 끝났다는 듯 소스 그릇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릇은 그의 손을 피해 둥실 떠올라 이슬비의 앞에 안착했다. 아직 비닐도 벗기지 못한 소스 그릇의 온도를 확인한 이슬비가 이세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현 시점에서 너의 요리철학은 중요하지 않아, 이세하. 두 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게...”
“세하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탕수육은 당연히 찍어먹어야지! 고소한 튀김옷 맛이 탕수육에선 제일 중요한 거잖아! 그런 걸로 무슨 무뇌한이니, 어쩌니... 내가 바보라 이거야?”

 

이슬비의 말을 끊으며 서유리가 말했다. 어느 틈엔가 이슬비 앞의 소스를 자신의 앞으로 가져온 뒤였다. 서유리가 말하는 틈을 타 소스를 탈환하려다 그녀의 재빠른 방어에 실패한 이세하가 외쳤다.

 

“무뇌한이 아니고 문외한이라고! 애초에, 소스와 함께 먹는 것을 전제하는 요리에 왜 찍어먹는다는 개념이 들어가는거야?”

 

말을 하면서도 이세하는 서유리에게서 탕수육 소스를 빼앗을 셈으로 연신 팔을 뻗었다. 무의식중에 위상력이 발휘되기라도 했는지 일반적인 팔의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속도였지만, 서유리 역시도 그에 지지 않고 이세하의 손을 요리조리 피하며 그릇을 사수해냈다. 의자 째로 뒤로 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체를 젖혀 그릇을 빼내면서 서유리가 외쳤다.

 

“탕수육은 고기잖아, 고기! 너는 고기집에 가면 소스를 고기에 뿌려 먹을거야? 아니잖아? 정 그렇게 탕수육에 소스를 붓고 싶으면 네가 먹을 만큼 고기를 소스에 담가두면 될 거 아냐!”

 

정론에 가까운 발언이었지만 이세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여기에 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셈으로 보였다.

 

“그거랑은 다른 문제라고! 요리를 뭘로 보는 거야?”
“먹는 사람이 중요하지! 그리고 요리라면 나도 한단 말야!”

 

이세하와 서유리의 언성이 점점 높아져갔다. 고조되기 시작한 그 둘의 말싸움은 곧 자연스럽게 탕수육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진 채 말꼬리를 잡으며 자존심 싸움을 시작하는 영역으로 넘어갔다. 어느 틈엔가 싸움의 원래 주제였던 탕수육 소스는 테이블 구석으로 밀려나있었다.

 

“애초에 서유리 넌 저번에도 과일 깎아서 접대하는 것 밖에 더했어?”

“뭐? 그러는 네가 한 것도 고작 라면 따위였잖아!”

“고작 라면이라고? 하긴, 그 라면에 얼마나 많은 노하우가 접목됐는지 네가 알 리가 없지. 어차피 네가 뭘 만든다고 해봐야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는 카레밖에 더 있냐?”

 

고작 배달 탕수육 따위에 소스를 붓네 마네 하는 이야기로 평소 그렇게 사이가 좋던 팀원들이 싸우기 시작하는 모습에 이슬비는 어이가 없어졌다. 그녀가 그나마 의지할 법한 상식인인 김유정은 상황을 어떻게든 중재해보려다 실패한 뒤 구석에서 멍한 눈으로 현실도피를 하게 된지 오래였다. 한참을 기다려도 둘의 말싸움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슬비는 김유정에게 다가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저 둘을 어쩌죠? 제이 씨와 테인이가 돌아오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아? 아, 그래. 지금 연락을 하는 중이긴 한데... 대답이 없네. 마지막으로 금방 도착한다고 한지 5분이 다 되가는데...”

 

김유정이 말을 꺼내기 무섭게 컨테이너의 문이 벌컥 열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던가, 문을 향해 시선을 향한 이슬비는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오는 육중한 창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Ich bin daheim! 우와! 냄새 엄청 좋네요! 이게 그 탕슉이라는 음식인가요?”

 

컨테이너 안에 진동하던 냄새를 맡은 미스틸테인이 장비 거치대에 창을 기대놓으며 김유정과 이슬비에게 질문했다. 이슬비와 마찬가지로 내심 안도하고 있던 김유정이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래, 맞아. 탕슉이 아니라 탕수육이라고 발음하는 거야, 테인아. 그런데 제이 씨는 같이 오지 않았니?”
“우웅, 제이 아저씨는 잠깐 특경대원 아저씨들이랑 이야기를 좀 한다고 했어요. 먼저 먹고 있으라던데요?”

 

미스틸테인의 대답에 김유정은 창문 밖으로 시선을 향했다. 특경대 사무실 앞에서 특경대 대원들과 함께 송은이와 대화를 나누고있는 제이의 뒷모습을 발견한 그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 서유리와 이세하를 본 미스틸테인이 그녀에게 질문했다.

 

“Übrigens, 그런데, 유리 누나랑 세하 형은 왜 저러고 있는 거예요?”
“아, 하하... 그냥 그런 일이 있어. 그보다 테인아, 전에 탕수육을 먹어본 적 있니?”

 

그의 질문에 다시 현실의 막막함을 확인한 김유정이 말을 얼버무리고 되묻자 미스틸테인이 고개를 저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해외에서 파견 온 클로저에게 제공되는 유니온의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을 터였다. 그런 그가 급식 외의 음식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아뇨. 뭐 특별한 거라도 있나요?”
“아아, 탕수육은 소스를 곁들여먹는 음식이거든. 한번 먹어볼래? 제이 씨는 금방 올테니 먼저 먹어볼래?”
“Ja, natürlich! 저 그릇이 그 소스인거죠?”

 

미스틸테인은 김유정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들뜬 채로 테이블로 달려갔다. 미스틸테인은 소스 그릇의 랩을 벗겨내고 즉시 탕수육에 소스를 부었다. 아직까지도 말싸움을 계속하고 있던 이세하와 서유리가 채 반응하기도 전의 일이었다. 뒤늦게 상황을 목격한 이세하와 서유리의 움직임이 딱 멎었다.

 

“아?”

 

서유리가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리라. 그녀보다 한 발 늦게 상황을 파악한 이세하는 그제야 그가 말싸움을 하고 있던 원인을 기억해냈는지 씩 웃으며 미스틸테인의 어께를 툭툭 쳤다.

 

“잘 했어, 테인아! 네가 뭘 좀 아는구나!”
“세하 형, 탕수육 좋아해요?”
“당연하지! 얼른 먹자. 식겠다.”

 

허무한 표정으로 소스로 뒤덮인 탕수육을 바라보는 서유리에게 승리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세하가 말했다. 이세하는 미스틸테인 몫의 짜장면을 그에게 건네면서도 싱글벙글하는 얼굴을 여과 없이 드러내보였다. 그를 바라보며 의자에 주저앉는 서유리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이야, 중국집 음식 냄새 정말 오랜만인데? 오랜만에 식욕이 다 돌아오는 기분이야.”

 

때마침 이야기가 끝났는지 제이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사무실 안을 한바퀴 둘러본 제이는 당황하며 이슬비에게 의문의 시선을 보냈다. 혼이 빠져나간 듯 힘없이 앉아있는 서유리와 희희낙락하며 미스틸테인의 나무젓가락을 두 개로 나눠주고 있는 이세하의 모습은 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었을 것이다. 이슬비는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의 설명을 들은 뒤, 제이는 서유리에게 다가가 힘을 내라는 듯 그녀의 어께를 잡아주었다. 멍하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는 서유리에게 제이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다음에 찍어먹으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