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용 블로그

이세하는 예전에 플레이했던 생존 게임이 문득 생각났다. 추운 지역에 조난당한 사람이 되어, 숲 속에서 아이템을 모아 일정 기간을 버티는 게임이었다. 제법 난이도가 있었다. 음식이 남는다 싶으면 장작이 모자르고. 그게 남는다 싶으면 또 다른 게 모자르고... 그나마 장작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스쳤다. 그는 아직도 조금씩 몸을 떨고있는 이슬비를 곁으로 끌어당겼다.


“더 붙어.”

“괜찮아. 답답하잖아.”

“…붙어.”


방금 전의 사양이 마지막 자존심이었을까. 이슬비는 말없이 그에게 기대어왔다. 이세하는 재킷을 끌러 그녀를 감쌌다.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될 것이라 믿으며.


북구의 바람은 차다. 해도 뉘엿뉘엿 사라져가는 시각. 숲 속을 헤메다 다 쓰러져가는 독가를 발견한 것이 다행이었다. 허허벌판에서 찬바람을 그대로 맞다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몸이 작은 탓일까, 한참 전부터 추위에 떨고있던 이슬비를 집안에 밀어넣은 이세하는 주변의 나무에서 적당히 나뭇가지를 잘라내어 모아왔다. 연료가 있다면 불을 지피는 것 쯤은 간단하다. 위상력으로 타오르던 푸르스름한 불꽃은 금새 나뭇가지를 들이키며 붉게 물들었다. 그렇게 해서 지금. 이세하는 발치에 놓인 발신기를 툭툭 두들겼다.


“이거, 작동하는거 맞아?”

“…맞아.”


묘하게 자신없어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이세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았다. 쇼그가 지상의 상황과 위치를 척척 잡아내는 모습을 여러번 본 뒤였던 터다. 길어봐야 오늘 밤 정도만 넘기면 되겠지.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이세하는 제이에게서 받은 사탕을 발견하고 하나를 이슬비에게 내밀었다.


“먹어. 맛은 보장 못하지만.”

“뭐야, 그게.”

“…아저씨가 준 거라.”


픽, 하고 이슬비가 웃는다. 바스락거리며 사탕을 풀어 입에 넣은 이슬비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써.”

“무슨 맛인데?”

“글쎄…, 진흙 맛?”


다채롭게 변하는 이슬비의 표정에 이세하는 문득 장난기가 돌았다. 뺨에 닿는 이세하의 손, 그리고 가까워지는 얼굴에 그녀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잠시 휴지.


“—…”

“—정말이네. 진흙 맛이네.”

“……그렇지.”


맥없이 대답하는 이슬비의 얼굴을 보며 이세하는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녀를 좀 더 끌어당겼다.


“이런 걸 먹으니 더 추워지는 건데.”

“그러게 말이야.”


이번에는 저항이 없다. 아까보단 체온이 오른 느낌이다. 이유는 아마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녀의 몸이 온전해지기까지, 앞으로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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